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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무사 쥬베이 (The Wind Ninja Chronicles, 獸兵衛忍風帖)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판타지
국가 / 연도
일본 1993
감독
가와지리 요시아키
배우
아오노 다케시, 야마데라 고이치
내 점수
9
외부 점수
8.29
종합 점수
17.29
조회수
78
무사 주베이의 유랑기를 그리고 있는 '수병위인풍첩'은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하드고어가 보여주는 폭력미학의 극치라고 평가되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제 1호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잘 알다시피 18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디즈니 만화처럼 아이들과 손 잡고 나란히 와서 구경할 생각을 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왜색이 짙은 거야 일본 애니메이션이니까 당연하다고 치고, 눈 뜨고 태연히 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잔혹하고 음산하며, 성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어차피 성인을 상대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이 점을 가지고 뭐라고 꼬집기엔 왠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이라도 임신부나 노약자는 보지 말라고 미리 공지를 하는 것은 칼부림과 살인이 난무하는 피바람의 현장을 잔혹함 그대로를 더 잔혹하게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흔히 무협 영화나 만화에서 미화된 장면들을 보면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을 품고 있었던 인상들을 여지없이 깨뜨려주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에서 사람 목이 댕강댕강 날라가는 것과, 수병위인풍첩에서 목이 날라가는 장면을 보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표현하는 사람의 죽음은 그저 무한히 펼쳐진 시간의 흐름 가운데 죽음과 삶이 되풀이되는 과정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여겨져 오히려 평안하고 인생무상의 기분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면, 카와지리 요시아키에 의해 보여지는 죽음의 장면들은 끔찍하고 비참하고 공포스럽고 소름이 끼친다. 사람의 사지를 뜯어내어 쏟아져 내리는 피를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받아먹는 뎃사이의 눈빛은 단지 죽음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무차별 살인을 하는 '괴물'의 모습으로 보여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자 주인공인 카케로가 뎃사이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장면이나, 카케로의 주군이 권위의 상징으로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대하는 장면, 뎃사이의 죽음, 귀문 8인조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인술 전개는 장면 곳곳에서 충격을 던져주긴 하지만, 작품을 끝까지 다 보고 난 후에 끈적끈적 기분나쁜 공포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흐름이 가져다주는 묘한 쾌감에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와 뛰어난 연출력 덕분일 것이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사실 줄거리만 가지고 본다면 이 이야기는 단순하고 평이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 주민 전체가 전염병으로 몰살된 것을 이상히 여겨 그 진상을 파헤치게 된 닌자 카케로는 귀문 8인조의 하나인 뎃사이에게 동료들을 모두 잃고 자신도 유린을 당할 뻔 하지만 마침 지나가던 무사 주베이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게 된다. 이 일로 주베이는 귀문 8인조의 처치 대상자로 찍히게 되고, 전염병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막부의 첩자 다쿠앙은 주베이에게 독을 놓는 계략으로 그를 자신의 하수인으로 고용한다. 한편 카케로도 다쿠앙과 주베이가 같은 적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잠시 그들과 손을 잡고 동행하게 되면서 주베이와 알게 모르게 연정의 마음이 싹튼다.

단순한 전염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토요토미 정권을 재건하려는 사무라이 조직의 음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케로와 다쿠앙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카케로는 귀문 8인조 집단의 음모에 휘말려 죽음을 당하게 된다. 죽기 직전 이독공독의 방법으로 주베이와 마지막 입맞춤을 함으로써 주베이의 독을 제거한 카케로는 닌자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 주베이의 품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귀문 8인조의 우두머리 겐마는 옛날 주베이와도 인연이 깊었던 남자로 '전생의 기술'을 사용하여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괴물이었다. 그 괴물과의 마지막 혈전을 치르는 주베이의 냉정한 칼부림이 작품의 하일라이트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결국 수병위인풍첩은 전국 시대가 막을 내리고 토쿠가와 막부가 들어서 있던 에도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토요토미 정권을 재건하려는 사무라이 조직과 이를 막으려는 도쿠가와 정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떠돌이 무사 주베이와 닌자 카케로의 이야기가 화려한 영상미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잘 조화된 작품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떠돌이 무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만큼 시대의 흐름과 역사적인 상황은 그저 이 작품의 객관적인 배경에 불과할 뿐, 주인공은 특별한 사명을 띤 존재가 아니라 단지 권력 사이의 팽팽한 갈등과 피가 난무하는 혈투 속에서도 유유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한 무사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하드고어의 문제성 있는 장면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고라도 그저 부담없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하며 통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애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물론 18세 이하는 보지 않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