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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메멘토 (Memento)

장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국가 / 연도
미국 200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배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내 점수
9
외부 점수
9
종합 점수
18
조회수
97
시간을 거스르고, 시작과 끝이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가라!

전직이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너드에게 기억이란 없다. 자신의 아내가 강간 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레너드 셸비 라는 것과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는 것...

그리고 범인은 존 G 라는 것이 전부이다. 중요한 단서까지도 쉽게 잊고 마는 레너드는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범인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메모와 문신을 사용하게 된다.

즉, 묵고 있는 호텔, 갔던 장소, 만나는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메모를 해두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며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기억마저 변조되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그의 곁에는 나탈리라는 웨이트리스와 테디라는 직업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들은 레너드를 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레너드에게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레너드는 그들을 만났다는 것을 늘 잊고 만다.

마약 조직의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정보를 제공하는 나탈리는 테디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단서를 보여주고, 테디는 절대로 나탈리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

영화가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조금씩. 즉 레너드가 기억하는 순간 순간을 단락으로 하여 시간이 역행하며 전개되는 <메멘토>는 정말 놀라운 영화다. 이렇게까지 관객의 시선을 단 한 순간도 화면에서 못떼게 만드는 영화는 정말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의 주인공인 가이 피어스의 열연이 독무대를 이루는 이 영화는 주인공인 레너드처럼 관객 역시 그 단락 단락에서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어야만 다음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단락마다 편집을 거꾸로 했기 때문인데, 그 자체로 영화의 마술적인 힘을 보는 기분이 된다. 그거 잠깐 기억하는 것쯤이야 간단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당신은 이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 역시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억이 나야 소용있는 것이겠지만.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생소하게 들릴수도 있겠으나, 그의 데뷰작인 <미행 - Following>은 2000년 부산 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되었었다.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두번째 작품. 역시 2001년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선을 보였고, <메멘토>는 선댄스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의 극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은 바로 이 각본이 힘이 컸으리라.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쓴 소설을 보고 <메멘토>를 완성시켰지만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인간 기억력의 한계성과 편리성에 대해 극단적이지만 가차없이 조소하고 있는 <메멘토>는 국화빵처럼 똑같은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는 요새의 영화계에 탄생한 진짜 영화다운 영화다. 무엇보다 감독이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 사실 몇몇 군데는 감독에게 묻고 싶은 허술한 구석도 없진 않지만 - 보는 관객들에게 예상치도 않은 신뢰감을 주게 되고, 처음에 결과를 터트리는 영화가 그렇듯이 뒤에 가면 반드시 뭔가 있을거라는 선입견도 점점 없어진 채 주인공에게 빨려들게 된다.

<메멘토>의 결말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대단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주인공인 레너드의 메모에 대한 착각 때문인데, 그는 자신이 메모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고 행동하지만 그것 역시 그가 '사실이라고 기억하는 것을 메모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메모를 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지 반드시 사실을 적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 레너드의 메모가 가지는 모순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레너드의 메모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영화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차라리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 미랑의 평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만든 스릴감 넘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