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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검은 물 밑에서(仄暗い水の底から)

장르
공포
국가 / 연도
일본 2000
감독
배우
내 점수
0
외부 점수
0
종합 점수
0
조회수
126
축축한 엘리베이터, 뒤에서 다가오는 차가운 손길...

마츠바라 요시미는 이혼 후 다섯 살 된 딸아이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 소송 중이다. 비오는 어느 오후, 두 모녀는 새집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인접한 낡고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를 찾아온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바닥엔 물이 고여있고, 가만히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버려도 자꾸 되돌아오는 주인 없는 빨간 가방,
천장을 적셔오는 검은 물 자국...

딸 이쿠코가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옥상에서 발견한 딸의 어깨엔 주인 모를 빨간 가방이 걸려있다. 웬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딸과 함께 아파트 305호로 이사 오는 요시미. 그러나 버려도 버려도 빨간 가방은 딸에게로 다시 돌아오고, 천장의 검은 물 자국은 날이 갈수록 퍼지더니, 급기야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지기까지 한다. 관리인에게 항의도 해보지만 무관심한 반응 뿐.

쿵쿵대는 발자국 소리, 아무도 살지 않는 윗층 405호.

수돗물에선 머리카락이 섞여 나오고, 윗층에선 아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요시미는 405호를 찾아가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 후로 자주, 빗속에 노란 우의를 입은 여자아이의 환영을 보는 그녀...

2년 전 실종된 소녀 가와이 미츠코!
검은 물 밑에서...갑자기 솟구치는 죽음의 손길!

그러던 어느 날, 이쿠코의 유치원을 찾은 요시미는 노란 우의에 빨간 가방을 맨 소녀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 소녀는 바로, 유아실종 전단에서 보았던 가와이 미츠코! 한편 시름시름 앓던 이쿠코가 405호에 쓰러진 채 발견된 날, 요시미는 그 집 문패에서 가와이 미츠코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며칠 후 두 모녀 앞에 빨간 가방은 다시 나타나고 요시미는 갑자기 아파트 옥상으로 향한다. 홀로 남겨진 이쿠코 앞에 검은 물 밑에서 솟구쳐 나온 죽음의 손길! 요시미는 쓰러진 이쿠코를 안고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는데...!

*

<링>이후 5년...

밤늦도록 켜져있는 현란한 TV 화면, 하루종일 눈 앞에서 거의 떠나지 않는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 형광빛. <링>의 공포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미디어 문명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에 조용히 전염병처럼 번져가다 집안의 모든 벽과 TV에서 그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2003년, 나카타 히데오가 전작을 능가하는 영화로 돌아왔다. <링>이 비디오테잎이라는 소재를 통해 미디어가 낳는 현대문명의 공포를 그렸다면 <검은 물 밑에서>는 아파트라는 공간과 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소외와 무관심이 낳는 현대인의 심리공포를 그려내고 있는 것.

아파트, 물탱크, 엘리베이터... 당신의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영화 <검은 물 밑에서>의 공포는 적막한 아파트, 그것도 엘리베이터라는 극히 폐쇄적인 공간과 안방이라는 개인적인 공간, 그리고 수돗물에 검은 먼지와 함께 섞여나오는 물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원인을 알 수 없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은 습기찬 장마철의 계절성과 함께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씩 불안감에 젖어들게 하다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그 폭발적인 위력으로 섬뜩한 공포를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 <검은 물 밑에서>는 보고 난 걸로 끝이 아니다. 그건 마치, 아픈 기억을 잊을 만큼의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난 후 엄마와 살던 아파트를 이쿠코가 다시 찾아왔을 때 본능적으로 느끼던 공포의 실체처럼 우리의 안방과 엘리베이터에서 자꾸 잔상을 남기는 극히 현실적인 공포를 남겨준 까닭이다. <부유하는 물>이라는 단편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의 원작자는 일본과 한국에서도 고정독자팬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공포소설의 대가 스즈키 코지. <링> 이후 나카다 히데오와 다시 한 번 호흡을 같이 했다.